소제(蘇堤)동 기억하다. 사진집 소개, 작가 소개 사진집 리뷰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대전의 소제동을 다녀오다.
글. 강성규 다니엘
https://www.instagram.com/danielstreetphoto9/
''소제동''은 옛날부터 넓고 풍광이 아름다운 ''소제호''라는 호수가 있던 곳이다.
이 호수 주변에는 ''솔랑이''라는 전통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조선 후기 노론의 영수였던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이 살았던 고승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일제가 1907년 솔랑산에 ''태신궁''을 세우고, 1920년대 소제호 주변에 철도 관사촌을 건립하였으며, 1927년에는 소제호를 매립하는 등 이 일대를 무분별하게 개발하면서 지역의 전통적 경관의 모습을 크게 왜곡, 변화시켰다.
현재 소제동에는 조선 시대의 송시열 고택(대전시 문화재자료 제39호)을 비롯하여 근대철도문화 유산인 대전역, 철도관사촌, 철도보급창고(등록문화재 제168호)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최근에 지어진 대전전통나래관과 코레일 쌍둥이 빌딩도 있어 대전의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변화와 연속성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출처 : 이희준 교수,「건축으로 보는 근현대사 "잊다, 있다, 있다."」(원도심이야기, 3, 2014), 28-29p)
사진집의 시작은
사실, 소제동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서울 출신이고 부산에 살고 있는 내게 대전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 군을 공군으로 다녀와서 공군본부가 있는 대전이랄까..?
대전세종연구원의 이형복박사님께서 골목사진을 찍는 필자에게 대전의 오래된 소제동골목을 아는지 이야기하시며 손수 그 장소까지 알려주시고 이야기해 주셔서 들러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며 이 사진집은 사실 그곳을 알려준 이형복박사님에게 헌정하는 사진집으로 만들어졌다. 이박사님은 도시경관, 도시환경 그리고 셉테드학회 부회장을 맡고 계시며 오래된 도시와 범죄와 관련된 도시안전 셉테드 관련 전문가시다.
*셉테드(CPTED)는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약자로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회이다.
구성, 이틀간의 소제동 산책을 통해 촬영된 85장의 사진
소제동에는 1920년대의 철도관사 원형의 틀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여러 곳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 공페화와 빈집들이 되어가면 환경적으로 치안적으로 불완전한 요소가 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제동 철도관사'가 역사적인 현장으로서의 가치를 확인하며 보존에 대한 목소리가 있다.
단계적인 재개발은 결정이 되었고 그 절차가 진행중이다. 원형인 몇몇 관사를 제외하고는 좀 정리되고 리노베이션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래서 이틀간 두번의 방문을 통해서 총 5일간의 소제동 촬영을 하였다. 이미 대전지역 사진가들의 많은 기록과 다큐작업들이 많이 이루어진 뒤라 이 사진작업에 큰 의미는 없고 단지 또 다른 시선에서의 접근에 최소한의 의미를 두고 싶다.
소제동을 다녀본 사진가 강성규의 생각
소제호가 있던 양반들의 시선이 있던 그 고장에서 일제에 의해 호수가 사라지도 일대를 칼질 하듯이 새로 그려낸... 마치 경복궁의 동십자각을 잘라내어 멋대로 조선이라는 나라를 치욕에 처한 무지한 섬나라 야만인의 모습처럼 대전의 소제동도 그렇게 또 조각나고 없어지고 칼질되었다.
그런 소제동은 이미 대전이 그러하듯이 일제에 의해, 그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철도관사 마을이었던 것이다. 대전역의 바로 인근에 있는 것을 보면 그 관사촌은 그래도 한때는 좀 전문적이고 살만한 이들의 마을이었겠다. 지금은 역사의 잔재처럼 박재된 듯이 남아있는 모습이지만 생기넘치던 그 시절이 있었으리다.
재개발의 이야기와 달리 민간에 의해서 그 모습을 그대로 살리는 문화사업과 커피숍과 레스토랑들이 개성넘치게 자리를 틀고 있다. 그래서 대전의 역사를 머금은 또 다른 대전의 명물이 되는 듯하여 다행스러운 점도 많이 있다.
나름의 시선으로 그렇게 넓지도 않은 소제동을 조금이나마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소제동의 관사마을외에도 산동네쪽으로 더 촬영을 하였다. 여느 달동네와 비슷하기도 하겠지만 소제동의 달동네는 좀 달랐다. 바다를 보는 부산의 달동네나 한강을 바라보는 서울의 달동네와 달리 대전 소제동의 달동네를 대전역을 바라본다. 그 철도의 소리가 마을의 정서가 되고 있다.
촬영자가 아닌 독자로서 사진집을 본 소감
필자가 촬영한 사진을 보는 필자의 느낌은 뭔가 머금은 역사의 현장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런 오래된 관사마을의 흔적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 어느 공간에 오래된 나무 밑에 작은 정원이 있던 관사는 그 시절의 일본의 정원을 언급하지는 않아도 넉넉한 작은 정원은 앞마당의 사색에 참으로 좋은 시간을 제공한다.
사진을 잘찍을 필요도 없다. 비워지고 무너지고 오래되고 열려있는 소제동은 아마도 진짜로 수명이 그리 오래 남지는 않은 듯 하다. 볼 수 있고 관찰할 수 있고 음미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 현장의 느낌이 사진으로 100% 전달되지는 못하더라도 사진가 강성규의 간점이 잘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소제동은 더 바뀌고 또 더 오래될 예정이다. 사라지는 아픔이 있을 것이고 버텨내는 존재의 역사도 있을 것이다. 대전의 소제동이 역사를 잊지않는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이 사진으로 보태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서울출신의 사진가에게 보여진 소제동의 모습, 비록 출판한 사진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소장될 사진묶음으로 남겨본다.
이 사진집은 작가와 이형복 박사님과 김호영 대표에게 전달되었다.
소제동을 기록하고 느끼고 사색하고 보관할 수 있게 해주신 대전세종연구원 이형복박사님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마운 마음을 또 전하는 바이다.